미적분의 숨겨진 역설, 바이어슈트라스 함수
미적분은 17세기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손에서 탄생한 이후, 물리학·천문학·공학 등 다양한 분야를 혁신적으로 발전시켰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19세기 중반까지도 미적분이 지탱하는 논리적 기반은 비교적 “직관과 형식의 혼합체”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던 중 독일의 수학자들이 “엄밀성(rigor)”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그 선봉에 선 인물 중 한 명이 카를 바이어슈트라스(Karl Weierstrass)입니다.
바이어슈트라스가 1872년에 제시한 함수는 당시로써는 충격적인 성질을 갖고 있었습니다. 바로 “모든 점에서 연속이지만, 어디서도 미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이 글에서는 바이어슈트라스 함수가 무엇인지, 어떻게 정의되는지, 그리고 왜 수학사적으로 그토록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바이어슈트라스 함수의 탄생 배경
프랑스 학파 vs. 독일 학파
19세기 당시 프랑스 수학자들은 주로 미적분을 물리학이나 기계학 문제에 적용하는 데에 관심이 컸습니다. 반면 독일 학자들은 “미적분의 기초를 더욱 엄밀하게 재정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죠.연속성과 미분 가능성
그때까지 많은 사람들이 “연속함수라면 (특별한 몇 점을 제외하면) 대부분 미분이 가능하다”고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흔히 보는 매끄러운 곡선은 거의 모든 곳에서 접선을 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바이어슈트라스의 문제 제기
19세기 독일 학계에서 등장한 카를 바이어슈트라스는 “연속이지만 전혀 미분 불가능한 함수”를 직접 만들어 보임으로써, 이 믿음을 근본부터 뒤흔들어 버렸습니다.
2. 바이어슈트라스 함수의 정의
2.1 전형적인 형태
바이어슈트라스가 제안한 “병적(pathological) 함수”의 대표적 예시는 다음과 같은 급수로 정의됩니다.
$$
W(x) = \sum_{n=0}^\infty a^n \cos\bigl(b^n \pi x\bigr),
$$
이때 일반적으로 다음 조건을 만족하도록 설정합니다.
- $0 < a < 1$
- $b$는 1보다 큰 정수(보통 홀수)
- $a \cdot b > 1$
이 급수가 수렴하기 위해서는 $a^n$이 충분히 빨리 줄어들어야 하고, 동시에 $b^n$이 큰 값으로 증가하면서 코사인 항이 빠르게 진동해야 합니다. 이런 모순적인 조건(빠르게 작아지기도 하고, 빠르게 진동하기도 하는)을 절묘하게 조합하면, 아주 복잡한 진동 패턴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2.2 연속성과 균등수렴
- 연속성
각 항 $a^n \cos\bigl(b^n \pi x\bigr)$ 자체는 연속함수이며, $0 < a < 1$이므로 항들이 $n$이 커질수록 점차 작아져서 급수 전체가 균등수렴(uniform convergence)합니다.
균등수렴하는 연속함수들의 합은 연속함수이므로, $W(x)$는 모든 점에서 연속임이 보장됩니다.
2.3 어디서도 미분 불가능한 이유
빠른 진동과 접선 불가능성
$b^n$이 커질수록 $\cos\bigl(b^n \pi x\bigr)$ 항이 매우 빠르게 진동합니다. 이때 $a^n$이 줄어드는 속도와 $b^n$이 커지는 속도를 적절히 조절하면, 함수가 미세하게 계속 ‘요동’하며 기울기를 일정하게 잡아줄 구간이 전혀 없게 됩니다.$\varepsilon$-$\delta$ 정의를 통한 엄밀한 증명
바이어슈트라스는 코시(Cauchy)·볼차노(Bolzano) 등 선행 연구자들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varepsilon$-$\delta$ 개념을 엄밀히 사용했습니다. “만약 이 지점에서 미분 계수가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급수의 무한 진동으로 인해 모순이 발생함을 보이는 방식입니다.프랙탈적 성격
이 함수는 ‘확대해 봐도 계속 비슷한 톱니 형태가 등장한다’는 측면에서, 이후 프랙탈 이론이 발전하는 데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3. 이 함수가 가져온 파장: 미적분의 기초 재정비
3.1 연속성과 미분 가능성의 분리
- 기존에는 “연속 → 거의 모든 곳에서 미분 가능”이라는 직관적 믿음이 있었습니다.
- 바이어슈트라스 함수는 “연속이지만 완전히 미분 불가능한” 구체적 예시를 제시함으로써, 이 믿음을 철저히 깨부쉈습니다.
3.2 해석학(Analysis)의 발전
- 바이어슈트라스의 논리는 미적분에 대한 $\varepsilon$-$\delta$ 정의를 한층 더 체계화하고 엄밀하게 만들었습니다.
- 이를 계기로 미적분학에서 쓰이는 극한, 연속, 미분, 적분 개념 모두를 다시금 정리하는 흐름이 촉발되었습니다.
- 그 결과 오늘날 배우는 현대 해석학(analysis)의 초석이 다져졌고, 더 이상 “직관”만으로 미적분을 다루지 않게 되었습니다.
3.3 “병적” 예시가 낳은 응용
- 브라운 운동: 입자가 무작위로 요동하는 연속적 움직임을 모델링할 때, ‘연속적이되 매끄럽지 않은’ 함수가 매우 유용합니다.
- 금융 시장 모델: 시장 가격 변동 역시 짧은 시간 간격으로 보면 불규칙한 패턴을 보이므로, 바이어슈트라스류의 함수가 한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 복잡계 모델링: 복잡계 분야(경제, 생물, 네트워크 등)에서도, 단지 연속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작은 진동”이 있는 현상을 분석할 때 도움이 됩니다.
4. 마무리: ‘괴물’의 역설적 아름다움
바이어슈트라스 함수는 수학자들의 눈에는 초기에 “괴물” 같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괴물”일수록 기초 이론을 더욱 단단히 세우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 함수는 역사적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 엄밀함의 중요성: “병적” 예시 하나가 미적분 이론 전반을 재검토하고 보다 엄밀한 학문 체계를 마련하도록 이끌었습니다.
- 수학의 무한한 가능성: 연속과 미분 가능성 사이에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한 영역이 열려 있음을 일깨워주었고, 프랙탈, 비선형동역학 등 후속 연구에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 응용으로의 확장: 처음에는 “학문적 장난감”처럼 보였던 함수가, 나중에는 다양한 실제 현상을 모델링하는 데 유용하게 쓰이게 되었습니다.
오늘날에도 바이어슈트라스 함수는 학생들과 연구자들에게 “함수의 기묘함”을 가르치는 좋은 예시입니다. 수학사의 중요한 이정표로 남아 있는 이 함수는, 동시에 “연속적이되 전혀 매끄럽지 않은” 존재가 현실 문제를 이해하는 데도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이기도 하죠.
참고
- Quanta Magazine: The Jagged, Monstrous Function That Broke Calcu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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